주택 시장도 인플레이션의 영향권에서 예외는 아니다. 집값과 임대료가 동반 상승하면서 바이어와 세입자가 동시에 고통받고 있다. 집값의 경우 1년 사이(1월 기준) 무려 19%나 폭등했고 3월 전국 중간 주택 가격은 40만 5,000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상 최악의 인플레이션이 단기간 내에 잡힐 것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으로 주택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재정 전문 머니 매거진 인플레이션이 주택 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인플레이션 시기 주택 구입 요령을 정리했다.
◇ 집값 상승에 직접적인 영향
과거 사례를 보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집값도 따라서 올랐다. 주택 건축에 필요한 자재비가 들썩거리기 때문에 신규 주택 가격 상승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자재비가 상승하면 건축비 부담도 늘기 때문에 신규 주택 가격 상승뿐만 아니라 공급 감소로 이어진다. 주택 매물이 가뜩이나 부족한 상황인데 신규 주택 공급마저 감소할 경우 바이어들의 주택 구입 여건이 더욱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하면서 이미 주택 건축업계가 몸을 사리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전국 주택 건설업 협회’(NAHB)가 집계하는 주택 시장 지수는 5 월 69로 5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며 지난해 9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주택 시장 지수는 주택 건축 업체들의 신뢰도를 보여주는 지표로 신규 주택 경기를 어렵게 보는 업체가 많아졌음을 의미한다. 향후 주택 건설 경기를 보여주는 신축 허가 건수 역시 1월과 2월 사이 2%나 하락, 인플레이션이 이미 주택 경기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모기지 이자율 크게 올려놔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선포한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 금리를 대폭 인상하면서 모기지 이자율이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올 초 3.11%로 출발한 30년 고정 모기지 이자율은 Fed의 단기 기준 금리 인상 조치와 함께 현재 5%대를 훌쩍 넘어섰다.
온라인 부동산 정보업체 리얼터닷컴의 대니엘 헤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모기지 투자자들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크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모기지 이자율 상승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라며 “바이어가 모기지 대출을 상환하는 시점인 미래에 화폐 가치가 지금보다 떨어지기 때문에 이자율을 인상해 인플레이션을 대비하려는 것”이라고 모기지 이자율이 오르는 이유를 설명했다.
집값 상승과 모기지 이자율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내 집 마련은 더욱 힘들어질 전망이다. 특히 저예산으로 낮은 가격대의 주택을 구입하려는 바이어들의 주택 구입 여건이 크게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다. 제이 지그몬트 재무 설계사는 “모기지 페이먼트를 현재 소득 수준에 맞춰야 하지만 이자율이 오르면서 구입 가격대를 낮춰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 구입 시기 앞당기고 변동 이자율 고려해야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고 내 집 마련이 불가능해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전보다 비용 부담이 높아지는 등 구입 여건이 불리해진 것은 감안해야 한다. 인플레이션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는 없지만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내 집 마련이 가능해진 것이다.
◆ 최대한 빨리 구입
최근 모기지 이자율이 치솟으면서 내 집 마련을 잠시 미루는 바이어가 많아졌다. 그러나 내 집 마련 계획이 확실하다면 더 미루지 말고 최대한 빨리 구입하는 것이 좋겠다.
인플레이션 시기에는 시간이 지날수록 비용이 오르기 때문에 구입 시기를 최대한 앞당기는 것이 관건이다. 모기지 업체 모티의 롭 헥 부대표는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것을 가정한다면 현재 보유한 현금 자산의 가치가 미래보다 훨씬 높다”라며 “주택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지금 구입하는 것이 미래에 구입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다”라고 조언했다.
지금 당장 집을 사야 하는 이유가 한 가지 더 있다. 현재 주택 임대료가 주택 가격보다 더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기 때문에 주택 구입 시기가 늦춰질수록 그만큼 임대료로 지출되는 비용이 커진다.
리얼터닷컴에 따르면 올해 3월 주택 임대료는 1년 전보다 17%나 급등하며 주택 가격 상승 속도를 크게 앞지르고 있다. 매기 고메즈 재무 설계사는 “지금 집을 사면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주택 가격 상승 대비 효과가 있다”라며 “모아둔 주택 구입 자금이 임대료 지출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주택 구입 시기를 앞당기는 것이 좋다”라고 강조했다.
◆ 크레딧 점수 최대한 높여야
모기지 이자율 상승 흐름을 막을 수 없지만 낮은 이자율을 적용받을 수 있는 방법은 있다. 바로 크레딧 점수를 최대한 높이는 것이다. 크레딧 점수를 높여 낮은 이자율을 받으면 모기지 페이먼트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되며 현재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내 집을 마련할 때 효자 역할을 한다.
대게 크레딧 점수가 740점 이상이면 최고 조건의 이자율을 받는데 큰 어려움은 없지만 크레딧 점수를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이 좋다.
크레딧 카드 대출을 갚고 연체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면 단기간에 크레딧 점수를 올리는 데 효과가 있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크레딧 리포트 상에 기재된 오류 사항을 정정하면 점수를 대폭 상승하는 데 도움이 된다. 크레딧 카드 사용액을 최대한 낮추고 크레딧 카드 업체에 사용 한도 인상을 요청하는 것도 크레딧 점수를 높이는 방법이다.
◆ 변동 이자율 고려
최근 변동 이자율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졌다. 모기지 이자율이 급등하면서 고정 이자율 보다 낮은 변동 이자율을 문의하는 바이어가 늘고 있다. 변동 이자율은 일정 기간 동안 고정 이자율보다 낮은 이자율을 제시하기 때문에 높은 이자율로 인한 주택 구입 비용 부담을 크게 덜어준다.
대개 3년, 5년, 7년 동안 고정된 낮은 이자율이 적용되고 이후부터 이자율이 정기적으로 조정되는 이자율 옵션이 변동 이자율이다. 국영 모기지 보증 기관 프레디맥의 집계에 의하면 5년짜리 변동 이자율의 전국 평균은 4.08%(5월 19일 기준)로 30년 고정 이자율(5.25%)에 비해 1% 포인트 이상 낮게 형성되고 있다.
변동 이자율을 통해 주택을 구입할 때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 정해진 기간이 지나면 이자율이 조정되는데 초기 적용된 낮은 이자율보다 높은 이자율로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고 정기적으로 이자율이 오를 수 있다. 따라서 지금 구입하는 주택에서 장기 거주할 계획이 없다면 변동 이자율을 받는 것이 인플레이션 시기에 내 집을 마련하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