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바이어들의 움직임이 더욱 바빠지고 있다. 집값은 떨어질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는 데다 모기지 이자율이 갑자기 오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택 시장에 나오는 매물도‘가뭄에 콩 나듯’ 해 바이어들에게 올해 1월은 역대 최악의 1월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부동산 업체 레드핀이 주택 시장 현황을 진단했다.
◇ 바이어에게 최악의 1월 될 듯
새해가 시작됐지만 바이어들에게 주택 시장 사정은 나아진 것이 하나도 없다. 오히려 지난해보다 주택 구입 여건이 악화하는 추세로 바이어들의 마음을 조급하게 하고 있다. 1월 9일 기준 전국 주택 중간 가격은 36만 5,000달러로 1년 전 같은 주보다 약 16%나 급등했다. 매물 가뭄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데 수요만 계속 쏟아져 나온 결과다.
1월 들어 주택 시장에 새로 나오는 매물의 숫자는 전년보다 더 감소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반면 레드핀 집계에 의하면 주택 수요 지수는 9%나 상승해 주택 수요는 오히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월 13일 기준 모기지 이자율(30년 만기 고정)은 약 3.45%로 최근 수개월 사이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이로 인해 이자율이 더 오르기 전에 집을 장만하려는 바이어들이 연초부터 분주하게 매물 쇼핑에 나서는 모습이다.
레드핀의 대릴 페어웨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역대 1월 중 주택 구입 경쟁이 가장 치열한 1월로 기록될 전망”이라며 “이자율 상승세가 주택 수요를 자극하고 있는데 이자율이 3.6%를 넘어설 경우 구입 열기가 2018년 수준으로 잠잠해질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 암호 화폐 다운페이먼트 마련에 효자
암호 화폐 투자로 쓴맛, 단맛을 본 투자자들의 이야기를 흔히 듣는다. 투자 시장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암호 화폐가 젊은 층의 주택 구입을 돕는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젊은 세대 중심의 첫 주택 구입자 중 암호 화폐를 처분해 주택 구입에 필요한 다운페이먼트를 마련하는 비율이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첫 주택 구입자를 대상으로 실시된 설문 조사에서 암호 화폐를 처분해 다운페이먼트 자금을 조달한 비율은 약 12%로 최근 3년래 가장 높았다. 암호 화폐 투자로 다운페이먼트를 마련하는 첫 주택 구입자 비율은 2019년 3분기 5%, 2020년 3분기 9%로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암호 화폐 처분 외에도 다운페이먼트 마련 주요 수단은 역시 월급이었다. 첫 주택 구입자의 절반이 넘는 52%가 월급 중 일부를 모아 다운페이먼트를 준비했고 부모의 도움(약 12%), 은퇴 연금 조기 인출(약 10%) 등의 방법도 꽤 활용되고 있었다.
암호 화폐를 통해 다운페이먼트를 마련하는 MZ를 세대는 더욱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전체 세대 중 암호 화폐 보유율이 가장 높은 밀레니엄 세대는 최근 전체 신규 모기지 대출 중 약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가장 활발히 주택 구입에 나서고 있는 세대다.
◇ 이자율 3.5% 넘으면 바이어 위기의식 커진다
최근 모기지 이자율 상승세가 가파르다. 지난해 11월만 해도 3% 미만에 머물렀던 이자율이 1월 첫째 주와 둘째 주 각각 3.22%, 3.45%로 거침없이 오르고 있다. 가파른 이자율 상승세에 바이어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지만 주택 처분 계획이 있는 셀러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레드핀은 최근 앞으로 1년 내에 주택 구입 계획이 있는 바이어 1,092명을 대상으로 ‘만약 모기지 이자율이 3.5%를 초과한다면 주택 구입 계획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나?’라는 질문의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약 47%는 ‘위기의식’을 느껴 주택 구입을 서두르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응답자 중 약 29%는 주택 구입 지역을 변경하거나 작은 집을 봐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약 14%의 응답자는 이자율이 다시 떨어질 때까지 주택 구입 시기를 미뤄야 할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고 약 2%는 주택 구입을 포기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모기지 이자율이 오르면 바이어들은 주택 구입 능력이 저하된다. 하지만 이자율이 지속적으로 오를 경우 수요에 제동을 걸어 주택 가격 상승세가 주춤해지는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레드핀은 “지속적인 이자율 상승에 다른 주택 수요 감소 현상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서둘러 주택을 구입하려는 수요로 인해 주택 구입 과열 양상이 나타날 것으로 우려된다”라고 전망했다.
◇ 휴가용 2차 주택 구입 관심 높아
휴가용 2차 주택 구입에 대한 관심이 여전히 뜨겁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 원격 근무가 보편화되면서 부유층을 중심으로 2차 주택 구입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레드핀의 조사에서 지난해 12월 2차 주택 수요 지수는 코로나 팬데믹 이전 시점인 2020년 1월과 2월 대비 약 77%나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달의 약 80%에 비해 소폭 하락했지만 2차 주택을 구입하려는 수요가 여전히 높음을 나타냈다.
2차 주택 구입에 대한 수요는 코로나 팬데믹 발생 직후인 2020년 중반부터 치솟기 시작했다. 당시 재택근무자가 늘고 모기지 이자율이 급락하면서 2차 주택 구입 열풍이 시작됐다. 특히 낮은 이자율을 활용해 2차 주택을 구입하려는 부유층 바이어들의 문의가 주를 이뤘다. 2차 주택 구입 열기는 2020년 후반기와 2021년 상반기에 다소 식었지만 최근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따른 재택근무가 다시 증가하면서 올해 여전히 높은 수요가 예상된다.
◇ 이자율 상승에 주택 구입 부담 높아져
인플레이션 우려로 결국 모기지 이자율 상승세가 예상보다 빨리 현실화됐다. 국영 모기지 보증 기관 프레디 맥에 따르면 1월 둘째 주(13일 기준) 전국 모기지 이자율(30년 만기 고정)은 평균 3.45%를 기록했다. 불과 1주일 사이에 약 0.25% 포인트나 급등한 것으로 2020년 3월 이후 최고치다. 재융자에 많이 사용되는 15년 만기 고정 금리 역시 1주일 만에 약 0.19% 포인트 올라 전국 평균 2.62%로 집계됐다.
모기지 이자율이 일주일 만에 급등한 것은 지난 12일 발표된 인플레이션 관련 통계치와 관련이 있다. 이날 발표된 소비자 물가 지수는 연간 대비 40년래 최고 상승폭인 약 7%를 기록했다. 모기지 대출 업계는 기준 금리 상승 시기가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에 모기지 대출에 적용하는 이자율 상승으로 미리 대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은 현재 모기지 이자율 수준이 주택 구입 수요 감소로 이어지지 않겠지만 바이어들의 주택 구입비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